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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100

장로 은퇴사 (김범수)

글쓴이: 김범수 장로 (2026년 6월)
장로 은퇴사

저보다 앞서 하나님 나라와 교회를 위해 헌신하시고 터전을 닦아 놓으신 선배 당회원들도 많으신데 제가 감히 은퇴라고 교회 앞에 이 자리에 이렇게 서는 게 맞는 건지 부끄럽고 쑥스럽습니다. 그래서 그저 담담히 제 부끄럽고 일천한 신앙 소회를 간단히 성도님들과 나누려고 합니다.

성도님들이 아시다시피 우리 교회는 1976년 11월에 첫 예배를 드린 지 50년이 되었습니다. 당시 현지인 교회에 출석하시던 우리 선배님들이 우리 말로 예배를 드리고 싶은 갈급함으로 우리 교회가 탄생되었습니다. 이 말씀은 제가 오타와에 와서 한인교회보다 현지인 교회에서 영어도 배우며 예배를 드려야지 하고 생각했던 너무나도 유아적이고 인본주의적이었던 제 생각을 바꿔 우리 교회에 등록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어른들 중 지금은 많은 분들이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계시네요.

저는 1988년 6월, 20대 후반의 나이로 우리 교회에 처음 출석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제 삶에 은퇴라는 단어가 붙네요. 지금이 6월이니 정확히 38년이 되었네요.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낍니다. 에베소서 5장에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라고 하셨는데 이 말씀에 비춰 제 삶을 돌아볼 때 주께서 제게 주신 시간을 조금이라도 건져냈는지 생각하니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앞으로라도 순간순간을 아끼며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한 30년 전 즈음에 저는 참으로 오타와를 떠나고 싶어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으로 이곳에 와서 물론 좋은 일과 만남도 많았지만 나름 여러모로 인생의 무게를 실감하고 특히 제 아내와 아이들에게 온전히 가장 노릇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던 추억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제가 직장을 가지면 학생 시절 어려웠던 추억이 많은 이곳을 떠나 기억을 지우고 새 곳에서 새 행복을 추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제 삶을 제가 정하는 것인 줄 알았던 큰 오해였습니다.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셨던 것 같습니다. 졸업 후 다른 곳에서의 취업은 될 듯 될 듯 안 되거나 언질을 받은 곳들은 무한정 기다리게만 되고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오타와에서 덜컥 직장을 잡고 아직까지 주구장창 버티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때는 깨닫지 못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우연이라고는 할 수 없는, 아직 하나님을 온전히 모르던 제 삶을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부모님을 통해 이 세상에 제 생명을 허락하시고, 사랑 안에서 키워주시고, 사랑하는 그리고 지혜로운 아내와 같이 이곳 오타와로 보내주셔서 가족이 커감과 동시에 제 신앙을 천천히 그러나 굳건히 붙들고 자라게 해 주시고, 그리고 제 갈등과 경험을 통해 많은 이들과 공감하며 사랑과 지혜를 나눌 수 있게 하여 주시고, 우리 교회에서의 공동체 생활을 통해 주를 향한 열심과 주님의 임재를 느끼게 하여 주시고, 등등 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모든 것을 헤아릴 수 없이 너무나 감사가 넘칩니다.

이제 또 때가 되어서 당회를 떠나 주께서 제 삶의 다음 장을 열어 주심을 믿고 아멘으로 순종합니다. 이 참에 여러분께 한 가지만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회 장로님들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여러분께 교회에 봉사하는 기회가 생길 때, 그것이 하나님이 나를 부르시는 순간이라고 믿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아멘으로 섬기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나를 사용하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실 거예요. 앞으로 건축을 비롯한 우리 교회에 산재한 모든 문제를 여러분들께 맡겨 드립니다. 부족한 저를 참아 주시고 함께 헌신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목사님을 비롯해 모든 성도 여러분들께 하나님의 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가을 원주민 선교